사랑하는 딸에게.
아빠가 왜 갑자기 편지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지? 네가 아직 세 살이라 이 글을 읽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사실 아빠도 맨 처음엔 좀 이상했어. 회사에서 매일 모니터 앞에서 코드짜고, 숫자 뽑고, 분석하고... 딱딱한 말투의 보고서 쓰면서 일을 하는 내가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니. 하지만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사람은 기록하지 않으면 정말 많은 걸 잊어버리더라.
예를들어, 작년 이맘때 아빠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생각이 잘 안나는거야. 그러다가 작년에 썼던 스케쥴 다이어리를 보고 "아 맞다, 그떄 이거 하느라고 정신 없어서 힘들었지!" 정도만 떠오를 뿐.
더 무서운건,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관성적인 삶에 빠져들더라고. 매일 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삶을 지내다보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매우 부족해진단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틀렸던 부분은 뭘까?" "나는 어떤 것들을 선호할까?"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게 되지.
너에게 남기고 싶은 이유
그래서 생각했어. "아 내가 지금까지, 그리고 오늘도 배우고 느낀 것들을 가장 소중한 사람인 너한테 남긴다면 더 정성스럽게 남길 수 있겠다." 그냥 일기장에 끄적이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진심을 다해서 한 줄 한 줄 고민하면서 쓰는거지.
아마 이 글을 읽을 너는 20대일 거야. 그때쯤이면, 아빠의 나이는 40대를 훌쩍 넘어가겠지? 그때면 아빠는 지금의 아빠보다 더 경험도 많고, 똑똒한 사람일지도 몰라.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아빠가 배운 것들은 너에게 남겨주고 싶어.
경험이라는건 정말 개인적인 것이야. 그리고 그 천차만별인 경험에서 얻은 것들 조차 정답이 아닐 수는 있어. 그리고 아빠가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겪은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긋난 순간들... 이런 것들은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남의 일로 들리기 쉬워.
하지만 글로 남겨두면 좀 다를 것 같아. 네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 아빠도 이런 적이 있었구나" 하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너만의 생각을 키워갔으면 해
네가 학교에서 배우고, 다양한 책과 콘텐츠를 통해서 접하는 내용들 중에는 아빠가 쓴 것과 다른 게 많을 거야. 그럴 때 "아빠가 틀렸네" 하고 넘어가지 말고, **"왜 아빠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에 중점을 두고 읽어봤으면 좋겠어.
정답은 하나가 아니거든.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 뒤에는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이 숨어있어. 아빠의 생각을 통해서 네 자신만의 관점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갔으면 해.
아빠도 사실 뭐 뛰어난 사람은 아니야. 다만 아빠는 항상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맞게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야.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말이야.
네 가지 이야기
이 편지들에서는 크게 네 가지 상황에 대해 써보려고 해. 그리고 편지 끝에는 아빠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인물들의 말씀을 하나 담아 보려고 해.
- "헷갈릴 때" - 살면서 내리는 판단과 인지의 함정들
- "화날 때" -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의 아빠만의 생각
- "우울할 때" - 비교와 자존감 문제
- "막힐 때" - 나 스스로의 진짜 성장과 돌파구 찾기
이 네 가지는 아빠가 지금도 자주 마주치는 상황들이야. 아마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한 순간들을 겪게 될 거야. 그때 이 편지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빠의 작은 바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편지들을 통해 아빠와 너 사이에 더 깊은 대화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어.
네가 이 글을 읽을 나이가 되면,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모르겠다. 그때되면 "아빠,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이런 대화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 아빠는 모든 의견에 열려있단다.
지금은 네가 잠든 밤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함께 앉아서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져.
이 편지들이 네가 자신만의 지혜를 만들어가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길바라. 아빠의 경험은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해. 정말 중요한 건 너가 걸어가는 길, 그리고 그 걸어감 속에 만들어지는 이야기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아빠가.
살아가며 배우고, 배우며 살아간다.
— 세네카
아빠가 미래 20세 딸에게 전하는 조언을 담은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인생에서 얻은 경험을 솔직하게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