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요즘 아빠는 이상한 걸 발견했어.
예전에는 새 물건을 사면 그렇게 신났는데, 언젠가부터는 그냥 그렇더라고.
아빠가 중학생 때 이야기야.
"반 애들 모두 MP3 가지고 있대. 나도 가지고 싶어."
"친구들 모두 게임기 들고 있는데, 나만 없어."
뭔가 어렵게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았을 때는,
그렇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행복한 마음이 오래갔지.
특히 음악을 좋아했던 아빠는 처음으로 부모님께 좋은 MP3 플레이어를 선물 받았을 때,
세상을 모두 다 가진 느낌이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그때보다 10배, 100배 비싼 것도 살 수 있는데,
왜 그때 같은 설렘이 없을까?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소득이 생기면서 상황이 바뀌었어.
이제는 웬만한 건 살 수 있게 됐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SNS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 욕구를 부추겨.
아빠도 처음엔 그런 마케팅에 유혹당해서 좋은 것, 예쁜 것들을 사봤어.
최신 아이패드도 사고, 좋아하는 애플 제품들도 교체하고.
하지만 뭔가 이전에 느꼈던 MP3의 그 행복한 마음은 없더라고.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어.
행복 성장의 3단계
아빠 생각에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세 단계에 걸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봐.
첫 번째는 "없는 것을 채우는 기쁨"이야.
어릴 때는 조그마한 장난감을 얻는 것조차 정말 행복해하지.
특히 너가 처음으로 뽀로로 피규어를 받았을 때 그 밝은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단다.
이때의 행복은 순수하고 강렬해.

두 번째는 "비교 기반 불행"이라는 역설적인 단계야.
조금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변의 예쁜 옷과 가방, 멋진 차, SNS에 나온 분위기 있는 오브제들에 눈이 가게 돼.
한두 번쯤은 좋아.
그런데 이는 충족될 수 없는 행복이란다.
점점 가지게 된 것들을 기억하기보다는,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없는 것에 집착" 상태에 빠지게 돼.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의 행복은 나 자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행복을 타인과 타인의 시선에서 찾으려고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이지.
세 번째는 "의미 기반 만족"이라고 생각해.
이 단계에서는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냐"에 집중하게 돼.
가족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저녁 시간,
좋은 책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
내가 어제보다 더 성장했다는 성취감,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
이런 것들에서 진짜 만족감을 느끼는 거지.
아빠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행복도 바로 이런 거야.
같은 샤넬 가방을 사더라도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게 있어.
가끔은 정말 비싼 명품을 사면서도 행복을 느낄 때도 있긴해.
예를 들어 샤넬백을 몇 개월 동안 돈을 모아서 샀다고 해보자.
그때 느끼는 행복이 정말 가방 자체 때문일까?
아빠 생각에는 아니야.
사실은 "이런 걸 살 수 있는 나"에 대한 자부심이거든.
이러한 것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내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성취감 말이야.
하지만 이것도 함정이 있어.
그 성취감이 진짜 "내 성장"에서 온 건지,
아니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서 온 건지 구분하기가 어렵거든.
같은 행동도 동기에 따라 2단계가 될 수도, 3단계가 될 수도 있는 거야.
전하고 싶은 말
딸아.
네가 이 글을 읽을 즈음이면 아빠가 느낀 비슷한 유혹들이 있을 거야.
더 은밀하고, 더 매력적인 형태로 말이야.
하지만 기억해줘.
교묘하게 큐레이션된 남들의 인생에 휩쓸리지 말자.
단기적인 욕망에 집착하기보다는,
나로부터 비롯되는 "지속가능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진짜 행복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에서 나온다는 걸.
아빠가 지금 이 순간, 너를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어떤 명품보다도 더 소중하고 의미 있단다.
사랑한다, 우리 딸.
아빠가.
진정한 부는 적게 원하는 것이다.
— 세네카
아빠가 미래 20세 딸에게 전하는 조언을 담은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인생에서 얻은 경험을 솔직하게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