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실패의 비밀

읽는 시간 : 3분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가 지난번 편지에서 두 번이나 같은 실수를 한 이야기를 했었지?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어.

분명 실패했는데, 지금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할 것 같다는 거야.

왜 그럴까? 오늘은 그 이유를 너에게 털어놓고 싶어.

1평 고시원에서 배운 선별된 고통의 힘

필기시험을 앞둔 아빠는 학교 앞에서 4개월 동안 1평 고시원에서 살았어.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선택했지. 집에서 학교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렸거든. 오가는 시간도 아끼고 싶었어.

아빠가 살았던 곳은 작은 책상, 침대, 간단한 화장실이 전부인 공간이었어.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밤 11시까지 공부했지.

아빠가 실제로 살았던 고시원 모습

아빠가 이전까지 봤던 시험들은 거의 시중 참고서가 있거나, 대대적으로 내려오는 족보가 있었어.

하지만 아빠가 준비하던 기관 시험은 그런 것이 거의 없었지. 시험 범위도 방대했고, 논술식의 문제도 있었거든. 결국 기본서를 붙잡고 공부했어.

혼자 살게 되다 보니, 삶을 흔들 수 있는 주변 유혹도 많았단다. 가령 친구들이 오랜만에 연락해서 맥주 한 잔 먹자고 할 때도 "안 된다, 나는 지금 준비 중이야"라고 했지. 이미 적당한 직장에 취업해서 돈 벌기 시작한 친구들도 생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통이 싫지 않았어. 왜일까?

목표가 명확하니까 고통도 의미가 생겼던 거야.

그냥 의미 없이 힘든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고통"이었거든.

마치 헬스장에서 무거운 덤벨을 드는 것처럼 말이야. 아프지만 그 아픔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던거야.

그렇게 1차 목표였던, 필기 시험은 통과했단다.

정보 부족에서도 방향을 잡는 법

그때 아빠가 처한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면

  • 시험 준비를 위해 참고할 소스는 부족한 상황
  • 실제 출제 경향을 파악하기 어려움
  • 방대한 분량의 시험 과목 내용

인생과 유사하게, 이번 시험도 완벽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었어.

이미지 설명
아빠가 실제로 살았던 고시원 방 @gosi1net.net

여기서 아빠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행동을 했단다.

첫 번째: 압도적인 공부량으로 격차 메우기

모르는 게 많으면 아는 것이라도 확실히 하기. 과목별 10회독을 했어.

두 번째: 네트워크 활용하기

학교 선배들, 인턴 재직 당시 행원분들께 물어보고 또 물어봤어. "실제로는 최종 합격에 어떤 게 중요해요?" 등등

세 번째: 루틴화된 정보 수집

매일 경제신문 보기, 관련 뉴스 체크 및 상식 정리를 습관으로 만들었어.

네 번째: 유료라도 가치 있으면 투자

금융 논술 특강, 스터디 그룹 참가비 같은 건 아끼지 않았어. 그리고 웹 서치를 통해서 과거에 등장했던 핵심 주제, 키워드, 문항 스타일 조사를 했단다.

형이상학적 믿음의 힘

딸아, 그런데 이건 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어.

하지만 아빠는 이런 믿음이 있어.

"진심으로 노력한 시간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작용한다"

그때의 시간이 헛된 시간이었을까? 절대 아니야.

지금 회사 업무나 투자 관련 정보를 볼 때, 그때 익힌 지식과 훈련이 도움이 돼. 공부했던 모든 것이 내 의사결정 판단에 도움을 주었거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무엇보다 **"선별된 고통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거야. 목표가 명확하면 힘든 과정도 의미가 생긴다는 걸 체득했어.

이후 데이터 분석가로 전환할 때도 똑같았어. 퇴근 후 편안하게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밤에 필요한 공부를 하는 고통을 기꺼이 선택했지.

왜? 그 고통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고통"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육아, 업무, 투자 등 인생의 모든 중요 행동을 할 때도 이 원칙이 계속 작동하고 있어.

그리고 저렇게 감당하기로 기꺼이 결정했다면, 남들이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든, 내가 그 시간을 통해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해.

전하고 싶은 것

너도 언젠가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드는 순간을 맞게 될 거야.

그때 이걸 기억해 줬으면 해.

첫째, 과정에서의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마.

네가 그 당시 알고 있던 정보와 상황에서 진짜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해.

둘째, 정보 부족한 상황에서도 주도적으로 방향을 잡자.

모르는 게 있으면 압도적으로 공부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루틴을 만들고, 필요하면 투자하고, 무엇보다 너 자신에 대해 성찰하렴.

셋째, 과정에서 얻은 것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작용한다고 믿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진심으로 노력한 시간은 너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야.

사회는 결과로만 사람을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점수, 출신 학교, 자격증 여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네가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야.

아빠는 사회에 나와서 단 한 번도 "그 친구는 어디 대학 출신이야?", "학점은 얼마야?", "무슨 자격증 있어?" 이렇게 질문하지 않는단다.

대신에, "넌 목표가 뭐였고, 어떤 노력을 해왔고, 그 과정 가운데 어떤 생각과 배움을 느꼈어?" 이런 맥락으로 대화 하는 편이야.

그리고 그에 대해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은 주체적인 삶의 태도에서 극명하게 갈린단다.

딸아, 아빠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에 대해 프라이드를 느껴.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4개월을 포함한 수험 기간 내내 정말 치열하게 살았거든. 그 치열함이 지금의 아빠를 만들어준 거야.

네가 최선을 다한 시간들도 분명 너를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

그러니까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좋지만, 과정에 대한 후회는 하지 마. 네가 진심으로 노력했다면, 그 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을 테니까.

사랑한다, 우리 딸.

아빠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력은 우리 것이지만, 결과는 운명의 몫이다.
— 에픽테토스


아빠가 미래 20세 딸에게 전하는 조언을 담은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인생에서 얻은 경험을 솔직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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